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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09] 곧 퇴사할 솔루션 엔지니어가 말하는 솔루션 엔지니어에 대한 이야기

by Rosmary 2022.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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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의 본 주제를 벗어나는 글을 쓰는 것이 정말 오랜만이다. 기록 일자를 보니 거의 1년 반 가까이 필자 본업과 관련된 기술 내용만 포스팅을 작성했는데, 그만큼 필자가 일 말고 별다른 일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조금 씁쓸하기도 하다. 그렇게 많던 일도 이제 잠시 내려놓을 일이 생기면서, 정말 간만에 블로그 포스팅을 진행하게 되었다.


여러 포스팅에서 필자가 조금씩 노출했지만, 필자는 솔루션 엔지니어다. 그리고 이 솔루션 엔지니어 생활은 조금 뒤인 4월 말에 끝나게 된다. 솔루션 엔지니어로 일을하면서 엔지니어 역할을 넘어 프로그래밍도 어느 정도 할 줄 알다보니, 타 업체에서 개발자 자리를 제의받아 이직하기 때문이다. 최근 인수인계를 진행하면서 필자가 지금까지 진행한 업무를 쭈욱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는데, 필자가 솔루션 엔지니어 업무를 진행하며 느꼈던 여러 감정에 대해 정리해보려 한다. 혹시라도 국비지원 후 솔루션 엔지니어로 활동하고자 하는 구직자분들에게 필자의 글이 조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1. 필자가 솔루션 엔지니어를 시작하게 된 계기

약 4년 전, 필자가 회사를 어이없이 잘리고 한창 구직을 못하면서 IT 분야로의 전직을 고려하면서 국비지원 교육을 알아보게 되었다. 필자가 고려한 직종은 안드로이드 개발과 보안/네트워크 분야였다. 풀리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좋아하는 필자 성격 상 필자는 안드로이드 개발쪽으로 마음이 많이 기울었으나 보안/네트워크 분야로 교육 등록을 진행하게 되었다.

보안/네트워크 분야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몇 가지 있다. 먼저 필자는 C, Javascript 등을 혼자 공부하고 이런 저런 간단한 프로그램을 만든 경험이 있어,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스스로 필자의 실력을 기를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프로그램 개발 시 필요한 네트워크와 보안 지식이 필자에게 전무했기 때문에 관련 교육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이유가 가장 결정적인데, 업무적으로 부딪히는 사람들로 인해 개발에 대한 열정이 사그라지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필자는 일도 재미를 느껴야 효율이 난다는 주의를 가지고 있어서 일 외적인 사항으로 인해 일에 대한 열정과 재미가 반감되는 상황을 극도로 혐오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이미 이전의 회사에서 몇 번 겪었던 문제기도 하고...

그렇게 보안/네트워크 분야의 국비지원 교육을 진행하게 되었고, 교육이 완료되고 한 달도 되지 않아 취업하게 되었다. 대부분 같이 수업듣던 수강생들은 네트워크 엔지니어(스위치, 라우터)로 취업이 많이 되었으나 필자는 특이하게도 보안 솔루션을 취급하는, 당시에 매우 영세한 업체에 취업하게 되었다.


2. 솔루션 엔지니어가 하는 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직업 중 솔루션 엔지니어와 유사한 직업은 가전 제품 A/S 수리기사다. 회사에서 취급하는 제품에 대해 간단한 교육을 받은 뒤, 회사 제품이 설치된 다른 기업(고객사라고 하며 대부분이 대기업, 금융기관이다)을 방문하여 주기적으로 제품에 이상없는지 점검하고 문의 사항을 처리하는 것이 주 업무다.

따라서 신입으로 입사하면 정기적인 점검부터 시작하게된다. 점검 업무를 통해 고객사 문의사항을 하나 둘 씩 처리하면서 솔루션과 관련된 지식을 하나 둘 씩 쌓아가게 된다. 물론 문의사항 중에는 신입이 바로 처리하기 어려운 문제도 발생하는데 왠만하면 선임 엔지니어들 또는 제품 제조사 지원팀에서 해당 내용에 대해 도움을 주기 때문에 문제 처리에 어려움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

경력이 보통 7~8년 정도 되면 제품 소개, PoC(제품 구입 전 고객사에서 데모를 사용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제품 구축 사업 진행 등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 정도의 경력까지 가는 분들이 의외로 많지 않다.


3. 솔루션 엔지니어 장점

그럼 솔루션 엔지니어로 근무하면서 장점이 무엇이 있을까?

(1) 타 직무에 비해 업무가 자유롭다.

위에서 작성한 업무 내용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솔루션 엔지니어는 외근 업무가 상당히 많다.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오전부터 외근 업무가 잡힌 경우 사무실 출근 없이 바로 고객사로 출근을 하거나 오후 외근이 끝나면 바로 퇴근도 가능한 경우가 많다. 단순히 솔루션 점검으로 외근을 나가는 경우라면 하루에 진행하는 업무량 자체도 많지 않은 편이다. 하루에 두 군데 이상의 고객사를 간다면 중간에 비는 시간에 카페나 공원 등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얽매이는 것이 싫은 성격을 지닌 분들이라면 외근이 많은 엔지니어 업무도 상당히 메리트가 있다.


(2) 타 직종의 중소기업에 비해 이직의 기회가 많다.

국내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는 상위 기업으로의 이직이 어렵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중소기업의 업무 자체가 주먹구구식인것도 있지만 본 업무 외에 다른 업무도 처리해야하는 일이 많다보니 대기업 등에서 요구하는 직무 역량을 크게 키울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관련 업계 종사자들과 접촉점이 될 수 있는 외부 교육 참석도, 자신이 없는 시간과 돈을 만들어가면서 참석하지 않는 이상, 다른 기업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도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솔루션 엔지니어는 중소기업이더라도 상황이 다르다. 우선 고객사로의 외근이 많다보니 관련 업계 종사자들을 만나며 업계 정보에 대해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 쉽게 만들어진다(물론 담당자와 라뽀 -Raport - 를 만드는 부분은 각자의 성격과 노력 여하에 달려있으니 이 점은 유의하자). 여기에 더해 솔루션 엔지니어는 자신이 담당하는 제품의 기술 지원 외의 업무는 - 회사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 거의 없는 편이다. 따라서 담당자나 협력사가 요구하는 사항에 대해 깔끔하게 업무 지원을 하는 습관만 제대로 들이고 꾸준히 기술을 습득하면서 업무를 진행한다면 최소 1년에 한 번 이상 이직 제의를 받는다(필자도 한 번은 국내 IT 업체, 다른 한 번은 외국계에서의 스카웃 제의를 받았다. 물론 둘 다 거절했지만...)

여기에 더해, 최근 전 직종의 엔지니어는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다. 나름 근무 인력이 많은 IT 업계에서도 엔지니어 구하기가 힘들어졌다고 할 정도니 자기 자신이 실력만 꾸준히 잘 키운다면 이직의 기회는 얼마든지 널려있는 편이다.


(3) 좋은 회사를 보는 안목이 길러진다.

일반적인 샐러리 맨이라면 자신의 회사 외에 타 회사를 방문하는 일은 거의 없다. 따라서 내가 근무하는 회사가 항상 가장 최악이고, 이직을 하면 지금의 회사에서 느끼는 모든 문제는 다 해결될 것이라 믿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필자도 IT 업계로 발을 들이기 전에는 이랬었다). 하지만 어떤 회사가 좋은 회사인지에 대한 자기 자신의 확고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이직을 하더라도 자신이 생각한 만큼 좋은 회사가 아닌 곳으로 옮겨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솔루션 엔지니어는 업무 상 타 고객사 사무실에 들어가 업무를 하는 일이 잦다. 따라서 '잡플래x'과 같은 기업 평점 어플에서 어렴풋이 느낄 수 있는 각 회사의 분위기를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실제로 들어가는 고객사 중에는 평시에도 고성이 오가는 분위기에 업무를 진행하는 곳도 있고, 긴급한 일이 터져도 차분하게 대처하는 고객사가 있다. 다양한 회사의 분위기를 체험하면서, 자기 자신에게 맞는 좋은 회사의 기준을 잡아갈 수 있게 되는데 이게 일반 직장인에게는 참 흔치않은 기회다.

만약 솔루션 점검 외에 조금 더 중요한 업무(구축 사업이나 PoC 등)를 진행하게 되면 해당 회사의 업무 프로세스도 관찰할 기회도 생긴다. 어떤 회사는 하나의 업무를 여러 부서가 담당하면서 부서 간 업무를 담당하지 않으려고 서로 토스를 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회사는 몇 가지 업무가 한 사람에게만 몰려 사업 진행에 차질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를 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업무 프로세스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체험을 함으로써,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업무 프로세스를 가지는 회사를 찾는 안목도 넓어지게 된다.

이직과 관련하여 직장인에게 설문조사를 했는데, 어떤 조사에서는 이직을 후회한다는 답변이 이직에 후회가 없다는 답변보다 높게 나오기도 한다. 더 좋은 회사의 기준을 나의 시각이 아닌 다른 사람의 시각(인터넷 등지에서 얻은)을 통해 정의하면서 생긴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다양한 회사를 보면서 좋은 회사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을 세울 수 있는 점은 엔지니어 업무의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4) 유연한 인간 관계를 배울 수 있다.

담당하는 고객사가 여러군데일 경우, 만나는 담당자도 그만큼 다양해진다. 따라서 엔지니어 업무를 하다보면 여러 인간 군상을 만나면서 이들에 대한 대처 방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게 된다. 이 부분은 정말 어디가서도 돈 주고 배울 수도 없는 것이라 굉장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필자의 경우 사람 만나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입발린 소리도 잘 하는 스타일이 아닌데다 직설적이면서 다혈질적인 성격때문에, 엔지니어 업무를 하면서 만난 담당자들이 인간관계 수업의 좋은 교보재가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업무를 진행하면서 간간히 주변에 돌아가는 이야기를 담당자와 나누며 유대 관계를 맺는 과정을 통해서 필자가 인간관계 쪽으로는 정말 다행스러울 정도로 성격이 개선되었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하고 있다.

물론, 대응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있다. 필자는 이들을 '인간 말종'으로 분류하는데, 하대와 무시면 다행이고 마치 자기 업무를 진행할 하나의 노예로 엔지니어를 보는 담당자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과 대면하면서 다른 사람과 협력을 함에 있어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깨달음도 많이 얻게 된다.



4. 솔루션 엔지니어 업무의 단점

물론, 이 업무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1) 고객사 갑질

솔루션 엔지니어들이 속한 회사는 대기업이나 금융기관을 고객사로 업무를 진행하는 회사들이 많다. 이런 회사는 보통 B2B 구조로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고객사 눈치를 많이 볼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한 번 찍히면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유지보수 계약도 연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객사 담당자들 중 극히 일부는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은은히 갑질을 진행한다. 제품 기능 상, 고객사 요구 사항을 관철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고객사 담당자가 막무가내로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서버 작업 등을 진행하기 위해 사전에 요청한 내용을 진행하지 않고 "이거 왜 안돼요?" 라고 오히려 역정을 내는 담당자들을 보기도 한다. 심지어 반말을 아주 자연스럽게 쓰는 사람도 있다(연배가 있으신 분이라면 그러려니 하지만 그렇지 않음에도 반말하는 사람이 있다). 일반적인 신분으로 사회에서 만난다면 오히려 엔지니어 입장에서 화를 내야하지만, 구조상 고객사 담당자에게 부당한 행동에 대해 한 마디 제대로 하기 어려운 것이 엔지니어의 현실이다.

IT 분야는 필자가 맨 처음 발을 들였던 분야와 달리,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대다수지만, 그 예외는 어디서든지 만날 수 있다(필자가 볼 때, 대부분 이런 예외는 담당자가 실력이 바닥인 경우가 많다. 자기 자신이 잘 모르니 뭣도 모르고 우겨대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위의 예시 외에도 고객사 갑질들은 엔지니어를 하다보면 한 번 씩은 겪고 넘어갈 수 밖에 없는 문제다.


(2) 담당하는 제품에 따른 성장 가능성 변동

회사에서 담당하게되는 제품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엔지니어 개개인의 실력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좌우된다는 것도 엔지니어 업무의 단점 중 하나다.

필자는 정말 다행히도, 담당하는 솔루션이 내부 구조를 보고, 엔지니어 레벨에서 스크립트 작성과 실행 권한이 어느정도 주어졌기 때문에, 많은 솔루션을 담당하지 않았더라고 제품에 적용된 여러 기술이나 동작 프로세스를 손쉽게 접하고 배울 수 있었다. 또한 담당 솔루션이 해외 제품이다보니 영문을 읽고 쓰고 말하고 듣는데 - 간간히 본사 엔지니어와 기술적인 이유로 인해 미팅을 할 때가 있다 -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제품군은 필자가 다루어 왔던 제품처럼 내부 구조를 들여다 볼 수 있게 만들지 않았다. 그러한 행위로 자신들이 제품에 적용한 기술들이 유출되면 복제품이 무한히 시장에 진출하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다수의 엔지니어들은 자신들이 담당하는 제품이 어떻게 동작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드물며, 고객사 이슈 문의사항은 제조사 지원팀에 문의를 하면서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엔지니어가 성장에 대한 열망이 있어 제품 내부 구조를 파악하며 공부하려고 해도, 이러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제품을 담당하게 된다면 실력이 향상되기까지 시간은 매우 더딜 수 밖에 없다.



(3) 인력 부족

필자가 국비지원을 마치고 엔지니어를 시작할 무렵과는 정 반대로 요즘 엔지니어는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사실, 원인은 상당히 많다고 본다.

먼저 직무적인 측면에서 보면, 엔지니어는 제품에 대한 기술적인 능력을 보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업무 대다수가 고객을 상대하는 것이다 보니 사람들 대하는 일종의 CS 성격이 강하다. 필자가 "수리 기사"라는 예시를 서두에 둔 것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그만큼 고객 응대에 있어서 트러블이 나타나면 좋지 않은 것이 엔지니어 직종이다. 안 그래도 일하면서 사람 상대하는것에 대한 부담을 많이 느끼는 것이 최근의 20~30대인데, 정말 내몰리지 않는 이상 이런 일에 지원하는 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추가로, 사람을 대하는 것과 별개로 제품에 대한 기술을 익혀야 한다. 이 기술이라는 것도 국비학원에서 깔짝 몇 개월 배운 것으로는 택도 없다. 계속 고객사의 이슈를 맞닥드리고 해결하면서 자기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기술을 자기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퇴근 후에도 별도로 시간을 내어 테스트를 하며 꾸준히 공부를 진행해야 한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신입들이 과연 얼마나 엔지니어 직무에 지원할까?

일이 힘든만큼 월급은 많이 주지 않을까? 좋은 회사라면 연봉을 많이 챙겨줄 것이다. 가령 제품을 제조한 회사의 직속 엔지니어로 들어간다면 - 특히 해외 업체 - 연봉은 먹고사는데 크게 문제가 안 될 정도로 받긴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자리는 국내에서 매우 희귀하며, 신입은 거의 뽑지 않는다. 대부분 신입 엔지니어들이 들어가는 곳은 잘 해야 제품 총판업체고 아니라면 인원 20명 전후의 소규모 회사 뿐이다. 자, 소규모업체라면 신입에게 얼마의 연봉을 줄 수 있을까? 필자가 알고 있기로는 신입 엔지니어 연봉이 3000이 넘는 소규모 회사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필자가 회사를 취직하던 시기와 달리, 요즘은 엔지니어 이력서 보기가 힘든 편이다. 사족을 달자면, 필자가 취직하던 때에는 "엔지니어가 경력 쌓이면 돈 많이 번다" 라는 국비학원의 구라로 인해 낚인 수강생이 많았고, 이들 대부분 6개월을 채 넘기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두었다. 필자 역시 학원에서 같이 공부했던 4명 모두 현재 이 업계에서 일하고 있지 않다.

다시, 인력 부족 이야기로 넘어와보자. 회사는 먹고 살아야하니 사업은 이것저것 벌리는데, 사업을 진행할 엔지니어 구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그러면? 남아있는 엔지니어들이 일을 4~5개씩 동시에 진행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만약 자신이 일을 조금 잘 하는 스타일인데, 엔지니어로 시작하게 된다?? 축하한다. 필자가 그랬던 것처럼 격무에 시달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4) 과다한 이동 시간 및 수면 패턴 변화

엔지니어는 고객사 방문이 잦다. 따라서 타 직종에 비해 외부에서의 이동에 많은 시간을 소비할 수 밖에 없다. 이동하는 동안에는 다른 업무 처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이 밀리지 않으려면 업무 시간 이후 야근을 해야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거기가 엔지니어까지 부족한 상태라면? 만성 야근에 시달리게 된다.

시간 관념이 없는 담당자를 만나게 된 경우, 이동 시간에 추가하여 시간 낭비를 하게 된다. 만약 담당자가 방문 일시에 잠시 자리를 비우거나 다른 업무로 인해 기다려야하는 상황이라면, 담당자가 올 때까지 어정쩡하게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이 엔지니어다. 이럴 때 "내가 전생에 시간을 아까지 않은 벌을 지금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뻘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할 일도 많아 바빠 죽겠는데 말이다.

그래도 고객사가 수도권에만 위치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필자의 경우 지방에도 출장가는 고객사가 있었는데, 이 고객사 담당자들이 오전에 방문 요청을 하게되면 꼼짝없이 새벽 일찍 일어나 집을 나와야 한다. 심지어 어느 고객사는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어 직접 운전을 해서 가야하는 곳도 있다.

또한 엔지니어들은 고객사 요청에 의해 고객사의 밤샘 작업에 참여를 해야 할 때가 있다. 보통 이런 경우는 주말을 이용해 작업을 많이하는데, 안 그래도 쉴 시간이 필요한 주말에 밤샘 작업을 불러대면 진짜 몸이 남아나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필자의 경우도 작년 10월 초부터 11월초까지 주말 내내 작업 일정 참석에 지방 출장까지 동시에 진행하면서 결국 연말에 스트레스성 질환을 일시적으로 얻기도 했다(그런다고 회사에서 거창하게 챙겨준 것은 없었다).



5. 필자의 조언

위에 필자가 엔지니어 업무에 대한 장/단점을 나름대로 정리해보았다. 이 내용을 참고하고도 "나는 죽어도 엔지니어를 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면, 되도록 아래의 내용을 참고하여 좋은 회사로 취직할 수 있도록 하자.

- 회 사: 대기업, 금융기업 중심으로 많은 고객사를 가지고 있는 회사면 좋다.
되도록이면 고객사에 상주하여 유지보수를 주 업무로 하는 회사는 피하자.
자사 제품(직접 만든 제품)을 가지고 있는 회사일수록 추천한다 -> 고객사 응대가 빨라진다
- 제 품: 고객사 내부 직원들이 잘 사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솔루션이면 좋다.
국내 점유율이 높은 제품일수록 좋다.
잘 사용하지 않는 솔루션이라면 도입되었더라도 오래가지 못한다.
제품이 막 생산되어 아무곳에도 도입되지 않은 상태라면 되도록 담당하지 말자(신입의 경우).
- 인 원: 취급 제품군이 많으면 그만큼 인력도 많아야한다. 최소 취급 제품군 수의 4배수 인원이 근무하는 것이 좋고,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임원 숫자가 실무진과 비슷하거나 많은 경우 격무에 200% 시달리게 된다.
- 연 봉: 2022년 기준, 신입 연봉의 경우 2800 미만은 되도록이면 피하자.
필자의 경우 나이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 기준을 무너뜨렸는데, 향후 연봉 협상때도 상승 폭이 크지 않다.
-> 엔지니어가 국비교육 이수자가 많아 금방 그만두는 경우 때문에 연봉을 높게 주지 않는 듯 하다.


* 참고로, 요즘은 클라우드를 할 줄 아는 엔지니어가 매우 대우받고 있다.



필자는 정확히 2년하고도 7개월간 진행한 엔지니어 생활을 마감한다. 군대 복무기간보다도 긴 시간을 다시 되돌아보면서 엔지니어 업무의 장/단점을 나름대로 정리해봤다. 깔끔하게 정리되지는 않은듯 하지만, 엔지니어 직무를 생각하는 분들에게 어느정도 참고가 될 수 있는 내용이면 좋겠다. 필자는 이러한 내용이 없어서 국비 지원 결정 당시 너무 고민을 많이 했었기 때문이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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