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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s in Daily Life/One-day Event

[2019.06.01] Tour De DMZ 참가

by Rosmary 2019.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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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20년 가까이 취미로 축구를 즐겼었다. 주말에 4시간 정도를 운동장에서 뛰면서,  한 주 동안 받았던 스트레스를 풀어오곤 했다. 그런데 첫 직장에서 무릎에 무리가 많이 가는 업무를 맡은 탓에, 퇴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축구를 하기에는 무릎에 부담이 너무 많이 가게 되었고, 결국 축구를 그만 두었다. 

 

한 주의 스트레스를 축구로 풀어오던 필자에게, 운동 없이 지내는 삶이 얼마나 무료하고 짜증나는 일인지는 대략적으로 짐작이 갈 것이다.  그래서인지, 필자도 운동으로 풀지 못한 스트레스로 인해 성격이 예민해지는 것이 느껴지자, 이렇게 가만히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안으로 나온 것이 수영과 자전거.

 

하지만 수영은, 돈을 벌지 않는 필자에게 매달 따박따박 돈을 지불하면서 운동을 해야된다는 매력적이지 못한 점이 존재했을 뿐더러, 고양이도 아닌 주제에 물놀이를 좋아하지 않는 필자의 성격 탓에, 새로운 취미 후보에서 탈락했다. 

 

사실 자전거도 고민이 많았다. 사 놓고 베란다에 애물단지처럼 처박히게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하지만 평소의 필자 성격 답지 않게 20만원을 쿨하게 긁어버렸다. 자전거는 하이브리드형으로 7단 기어를 가진 녀석이었다. 

 

3월 14일. 첫 자전거 라이딩에서 가볍게 20km를 운행한 뒤, 그 달 말까지 약 408km를 이동했다. 4월부터 강남쪽으로 개인적인 일로 출퇴근을 하게 되면서, 중간지점까지 매일 아침마다 출근, 저녁마다 퇴근 라이딩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5월의 첫 날에 자전거에서 지하철로 환승하면서 보게 된 광고 하나가 필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1. Tour De DMZ에 참가하게 된 계기

 

<클릭하지 말자. 동영상이 아니라 캡쳐 사진이다 >

바로 Tour De DMZ. 이 광고를 보고 퇴근 후, 인터넷에 찾아보니, 경기도 연천군과 강원도 철원군이 주최하는 자전거 대회였다. 매 해 5월에서 6월 사이에 개최되는 행사였는데, 원래 DMZ 안쪽까지 퍼레이드 형식으로 진행하던 대회를 작년부터 경쟁부문을 추가해서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고 한다. 경쟁부문은 총 거리 54km며, 경기도에서 7km, 강원도에서 12km 구간만 기록을 계측하는데, 경기도 구간에서 200위 내로 통과하지 못하면 강원도 구간에 참가할 수 없는 방식이었다. 

 

나름 재미있어 보인다. 민간인 신분으로는 함부로 드나들 수 없는 DMZ 내에서 자전거로 이동한다는 것도 경험하기 힘든 일이니, 참가해 보기로 결정한다. 

 

참가 등록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대회 홈페이지에서 참가 신청 양식을 작성해서 제출하고, 대회 참가비를 지불하면 끝이다. 필자는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는 않았다만, 겁대가리를 상실하고 경쟁 부문 참가로 등록했다. 그리고 참가 신청을 한 날부터 본격적인 대회 준비에 돌입한다. 대회 준비를 위해 처음으로 강남까지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 뒤 거리를 측정해 보니, 대회 구간 거리보다 약 10km가 더 길다. 그래... 출퇴근하면서 대회 준비해도 될 듯 하다.

 


2. 대회 준비.

 

계획한 준비 기간은 총 4주였다. 목표는 상위 30% 내의 순위에 들어오는 것으로.

 

5월 첫 주 동안은, 라이딩 거리를 늘려, 집과 강남 사이를 왕복하며 지구력을 기르는 연습을 했다. 그 다음 주는, 원래 필자가 타던 평균 속도보다 조금 더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연습을 진행했고, 3주차에는 계측 구간만큼의 거리에서 최고속도로 주행을 유지할 수 있는 연습을 진행했다. 경기도 구간이 약간의 오르막이고, 강원도 구간이 대체적으로 내리막이라, 출근길 12km는 강원도 구간을, 퇴근길 7km는 경기도 구간을 상정하고 연습을 진행했다.

 

마지막 4주차가 시작 될 무렵에는 최고 속도 30km/h이상으로 주행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고, 대회 이틀 전부터는 컨디션 조절을 위해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 

< 필자는 자전거를 타면서 Runta*** 앱을 사용했다. 대회 준비를 위해 5월 동안 연습한 주행 거리가 무려 1000km가 넘는다...>

 

대회 3일 전에야, 대회 운영본부에서 보내는 참가배번과 기념품이 택배로 도착했다. 필자는 경쟁부문의 4번째 그룹에 속하여 대회를 진행하게 되었다. 

 

 

3. 대회 당일.

 

지하철 첫 차를 타기 위해 아침 5시에 일어났다. 전날 구입한 빵과 우유를 아침식사로 들고, 간단히 씻은 다음 문을 나선다. 전날 필요한 장비와 짐은 모두 준비했기에, 빠르게 출발할 수 있었다. 대회 운영본부에서 제공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미리 공지된 장소로 이동한다. 이 지역에서도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이 꽤 있는지, 대회 배번을 부착하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간간히 보인다. 하지만 필자 나이대의 사람보다도 중장년층이나, 그런 아버지를 따라 나온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접선 지점에서 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자리에 앉는다. 늦게 도착하는 사람이 있어서 약간 출발 시간이 지연되었다. 참가자 모두 아침 일찍부터 준비해서 나온 탓에, 자리에 앉자마자 잠에 빠져든다. 필자는 차에서 잘 자는 성격이 아니라 그냥 창 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오전 8시 30분. 연천 공설운동장에 도착한다. 무려 10년만에 들른 곳이다. 군 생활할 때 간부 체력측정 지원하러 왔던 곳인데 말이다. 무려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공설 운동장의 모습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자전거를 버스에서 꺼낸 뒤, 번호표를 달고, 자전거의 각 부위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한다. 확인 후, 주행 성능도 점검해 볼 겸, 운동장을 크게 한바퀴 돌아본다. 다행히 기어도 매끄럽게 작동하고, 모든 것이 정상이다. 대회 시작 전까지 잠시 휴식을 취한다. 

 

오전 9시 40분. 개회 행사가 시작되었다. 원래 이 자리에 경기도 및 강원도 지사도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전 날 발생한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로 인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사회자의 요청에 따라, 참석자 모두 전날 벌어진 사고의 희생자에 대한 묵념으로 대회를 시작한다. 

 

대회는 경쟁 그룹의 출발 후, 비경쟁 그룹이 출발하는 순서로 시작된다. 우선 경쟁 A 그룹이 오전 10시에 축포와 함께 출발하고, 그 뒤 2분 간격으로 B, C 그리고 필자가 속한 D그룹이 출발한다. 

 

약 3km까지는 헌병 오토바이(정확한 명칭이 생각나지 않는다)가 참가자를 그룹별로 계측 시작 지점까지 인솔한다. 필자는 아무 생각없이 오토바이만 쫓아가다가 갑자기 나타난 계측 장비를 보고서야 뒤늦게 가속을 시작했다. 

 

다행히 연습의 방법이 잘못되지는 않았는지, 곧바로 필자가 그룹 선두로 치고 올라오게 되었다. 5km 지점의 오르막을 제외하고는 난코스가 없는 구간이라, 주행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결국 필자가 속한 그룹에서 3번째 순위로 경기도 계측 구간의 피니쉬라인을 통과한다. 대략적으로 시간을 계산해보니, 12분 정도 걸렸다. 아마 별일 없다면 강원도 구간도 참가가 가능할 것이라...

 

그 후로 DMZ까지는 체력 안배를 위해 천천히 이동한다. 약 40분 정도 라이딩을 하니, DMZ로 들어가는 초소가 나타났는데, 헤드라이트를 점멸하여 접근을 알리자, 초소에 있던 중령 한 분이 쿨하게 지나가라며 손짓한다. 응??? 신분증 검사 안해요???

 

DMZ 내부. 사람의 손이 거의 닿지 않은 곳이라 그런지 온통 논, 밭 산 뿐이다. 이런 시골풍경이 얼마만인지. 북쪽으로는 지금은 발 딛을 수 없는 산들이 듬성듬성 보인다. DMZ 안에서 자전거를 타는 희귀한 경험을 오래도록 만끽하기 위해, 속도를 조금 더 늦춘다. 아마 필자와 같은 마음의 사람이 많은지,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전부 속력을 늦춘다.

 

그렇게 다시 20분 뒤, DMZ 평화 광장에 도착했다. 

 

<DMZ 평화광장 내부. 설마 여기 사진 찍었다고 양복입은 아저씨들이 설렁탕 사준다고 오지는 않겠지? >

DMZ 내부에서는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자원봉사 나온 병사들이 간식을 배부하고 있었다. 참... 군필자로서 이들에게 고생이 많다는 말밖에 건내줄 수가 없었다. 배부받은 간식을 먹고 쉬고 있으니, 강원도 경쟁 부문 참가자를 호명하기 시작한다. 경기도에서의 계측 기록을 토대로 다음 참가자를 호명했는데, 1그룹의 50명 안에, 필자의 이름은 없었다. 

 

"역시... 은둔 고수들이 많은가보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그 와중에, 대회 본부에서 2그룹 50명을 부르기 시작한다. 필자는 2그룹에서 10번 째 내로 호명이 되었다. 죽어라 달렸는데 경기도에서 50위권이라니... 약간은 위축이 된다. 

 

하지만 첫 대회에서, 그것도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 정도면 잘 한거지. 그렇게 자기 위안을 삼아 햇볕에 달궈진 땅에 등을 기대고 푹 쉰다. 

 

 

오전 12시. 제 1그룹의 출발 시에 약간의 행정 착오로 이들이 다시 되돌아오는 헤프닝이 벌어졌다만, 다행히 운영위에서 잘 수습하고 대회를 재개한다. 필자도 1그룹 출발 후 약 3분 뒤에, 2그룹에 속해서 출발선에 선다. 경기도 구간에서 같은 그룹에 있던 사람이 단 3사람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필자 앞에서 여유롭게 빠른 속도로 질주하던 한 분, 외국인 한 분, 그리고 미니벨로에 탑승했던 참가자 한 분...

 

출발 신호와 함께 강원도 구간에 진입한다. 경기도 구간과 달리, 강원도 구간에서 참가자들은 좋은 자리 선점을 위해 치열하게 자리를 바꾸며 패달링을 한다. 그리고 계측 구간이 시작되기도 전에, 전부 최고 속력으로 쑥쑥 치고 나간다. 심지어 필자 뒷 그룹의 몇몇도 필자를 추월한다. 변명아닌 변명을 하자면, 필자의 자전거는 스트라켓만 조절할 수 있는 7단 자전거다. 아무리 최고 속도로 밟아도 21단짜리 자전거를 쫓아가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라...

 

그래도 대회를 참가한 이상 포기는 할 수 없었다. 계측 구간이 시작된 순간부터 쉬지않고 패달링을 진행한다. 이미 같이 출발한 사람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강원도 계측 구간에서 큰 오르막이 2번 정도 나타났던 것이 필자에게는 상당한 행운이었는데, 오르막에서 시간을 지체하는 참가자가 몇몇 있어서, 다리 힘이 좋은 필자가 그들을 앞질러 갈 수 있었다(앞서 언급했듯이, 축구만 20년 가까이 했다). 다행히, 강원도 계측 구간을 같은 그룹 내에서 꼴지로 통과하는 굴욕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남은 주행 구간은 통제된 도로를 따라 천천히 내려온다. 약 40분 뒤, 최종 목적지인 철원 공설 운동장에 도착한다. 

 


햇살이 상당히 뜨거웠음에도 불구하고, 습도가 높지 않아서인지 그늘막에 들어가니 서늘하다. 이미 도착한 사람들은 자원봉사자분들이 배식하는 비빔밥을 점심으로 들고 있었다. 아침에 빵 하나 먹은 것이 다인 필자도 배식을 받아 식사를 시작한다. 

< 시장이 반찬이라고, 평소같으면 나물 비빔밥 잘 먹지도 않는데, 이 날은 맛있게 먹었다 >

 

약 30분 뒤에, 비경쟁 참가자들이 대열을 이뤄 공설운동장으로 들어온다. 그들이 도착하자마자, 폐막식 행사가 진행되었다. 무슨 트리오인가 하는 악단에서 축하 공연을 진행했고, 그 후로 대회 참가자에 대한 시상이 진행된다.

< 폐막 행사 공연 및 시상식 장면 >

시상이 끝나고 사은품 증정 행사도 있었지만, 참가자들이 전부 귀가 준비로 분주했던 터라, 어수선하게 진행되었다. 필자도 당첨 가능성도 낮은 사은품 추첨 행사를 보느니, 차라리 버스에서 빨리 쉬고 싶어서 일찍 자리를 벗어났다. 

 

 

4. 마무리

 

 

우연찮게 시작하게 된 취미가 대회 참가로 이어졌다. 그것도 일반인이 출입이 금지된 구역에서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희귀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대회를 말이다. 준비기간이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애초 세웠던 목표는 달성하게 되어 만족한다.(240명 중 7x위다) 필자는 내년 대회도 참가를 염두에 두고 있어서, 대회가 끝나고도 한동안 자전거를 계속 탔지만, 아침 기온이 점차 오르고 팔뚝의 살갗도 벗겨지는 바람에, 7월부터는 라이딩을 잠시 멈추기로 했다.(7, 8월동안 무슨 운동을 해야할까...)

 

날씨가 조금 선선해지면, 내년 대회를 위해 라이딩을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물론 자전거 업그레이드도 가능하다면 진행하고 말이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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