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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s in Daily Life/One-day Event

[2019.09.19] 올해의 마지막 강북 나들이

by Rosmary 2019.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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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개인 일 때문에 4월부터 강남으로 출퇴근을 진행했는데, 마지막 한 달은 강북쪽으로 옮겨가게 되어, 날씨가 선선해졌음에도 자전거로 출퇴근을 할 수 없었다. 왕복으로만 4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라, 자전거 탈 엄두가 도저히 나지가 않아서 말이다.

 

그러다가, 마지막 출근일인 19일. 큰 마음을 먹고 자전거로 출퇴근을 진행해보기로 한다. 평소면 8시 반쯤에나 느지막이 나와서 광역버스타고 서울로 가면 되었지만, 자전거로 얼마나 오래 걸릴지 가늠할 수가 없어서, 7시 50분에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여름이 끝난지 얼마나 되었다고 바람이 벌써 이렇게 차가워졌는지... 긴 옷을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늦가을 바람을 맞는 기분이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해가 뜨면서 따뜻해지긴 했지만...

 

강남으로 출퇴근 때는 항상 대치 유수지에서 도심지로 올라오곤 했는데, 오늘은 탄천을 따라 끝까지 올라가야 했기에, 수서에서 15분 정도를 쉬었다가 한강 방면으로 패달을 밟는다. 날씨가 얼마나 좋던지, 한강의 푸른 물과 하늘이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다. 사진이라도 한 장 찍었으면 좋았을련만, 두 달 가까이 운동을 쉬어서인지 영 속도가 나지 않아, 늦게 도착할까봐 마음이 바쁘다. 

 

어제 계획한 경로는, 성수대교와 서울숲을 경유해 청계천을 따라 종로로 들어가는 길이었지만... 성수대교를 영동대교로 착각하는 바람에, 계획에 없던 동호대교 앞에 도착하게 되었다. 허허허허 이리가면 금호동의 가파른 언덕배기 길을 넘어가야하는데, 지금 다시 돌아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할 듯 하다. 그냥 동호대교를 건너 목적지로 향하기로 했다.

 

동호대교를 건너는 와중에 지하철 3호선이 덜컹거리는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학교다닐 때, 일산에서 일할 때, 많이 타고 다녔던 그 지하철이다. 어둠컴컴한 지하를 나와 지상, 그것도 탁 트인 한강물을 바라보며 건너던 때가 가장 기분이 좋았는데... 이제 언제쯤 저 전철을 탈 수 있을 지 기약이 없다. 

 

다리를 건너 내려오니, 옥수역 오른쪽에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집에 있는 아주 오래된 앨범 사진에 의하면, 이 아파트 단지가 있던 자리는, 필자의 부모님이 결혼 직후 첫 신혼살이를 시작했던 단칸방이 있던 자리였다. 당연히 필자가 세상에 나오고 제일 먼저 살았던 집이, 이 아파트 단지가 있던 자리였다. 그래서 압구정에서 옥수역으로 건너오는 지하철 안에서 항상 기분이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고향을 찾아오는 연어의 기분과 비슷한 것인지? 

 

목적지로 가는 경로의 끝판왕인 옥수동과 금호동의 언덕배기가 나온다. 다행히 아침밥을 든든히 먹고 나와서인지, 힘을 양껏 모아 쓰니, 자전거가 앞으로 잘 나아간다. 다리는 터질 것 같지만...

 

옥수 역에서 시작된 등산 라이딩은, 약 15분 뒤에 약수 터널을 빠져나오면서 종료된다. 약수동도 참 오랜만이다. 마지막으로 보았던게 약수동 고가다리가 있던 시기였는데, 지금은 그것마저 볼 수가 없다.

 

약수역을 지나 동대입구에 다다랐다. 10년 전에, 신입생으로서 이 언덕배기를 올라가던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 악명높은 혜화문 언덕배기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깎이지 않은 채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물론, 혜화문 언덕이야 헐떡고개에 비하면.....

 

동대입구 -> 동대문 시장 -> 충무로를 거쳐, 을지로의 철물점 거리로 들어섰다. 밤이면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아 오싹하던 그 거리가, 대낮에는 활기로 넘친다. 이 거리를 밤에만 와 봤기에, 대낮의 왁자지껄한 철물점 거리가 필자에게는 낯설기만 하다.

 

관수교. 드디어 청계천과 만났다. 이제 여기서 서쪽으로 길을 꺾어 종각 방향으로 간다. 청계천 옆 자동차 도로의 일부를 자전거 겸용 도로로 만들어 놓아, 차들과 나란히 청계천 옆을 운행하는 기이한 경험도 해본다. 마치 오토바이를 탄 듯한 기분이다. 신호마저도 자동차 전용 신호를 받고...

 

하지만, 목적지가 얼마 안 남은 탓에 기이한 경험은 금방 끝나버렸다. 내려서 자전거 측정 앱을 종료하니, 정확히 40km거리를 2시간 조금 넘게 달려왔다. 예상보다 조금 늦었다. 중간에 쉬는 시간이 조금만 더 짧았더라면 시간안에 도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살짝 생겨난다.  

 

 


 

마지막 날이라, 조금 일찍 마무리하고 나왔다. 그동안 같이 프로젝트 진행했던 사람들과도 언젠가 다시 보자며 마지막으로 인사를 한 뒤, 자전거에 올라타 집으로 돌아올 채비를 한다. 돌아가는 길은, 원래 계획했던대로 청계천을 쭈욱 따라 들어가기로 했다. 신호때문에 시간을 잡아먹은 것을 제외하면, 자전거 도로 덕분에 서울 도심지를 벗어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약 30분 정도 지나니, 한양대학교가 나타난다. 

 

한양대학교에서 중랑천을 가로질러 성수동 방면으로 건너가려고 시도하는데, 지도를 잘못 기억했던 탓에 엉뚱한 길로 들어가는 짓을 두 번이나 반복해버리면서 20분 정도를 낭비했다. 이왕 늦은거, 조금 천천히 가기로 결심하고, 강변의 어느 벤치에 앉아 잠깐 쉬었다 가기로 했다.

 

 

해질녘이라 그런지, 구름이 살짝 드리운 하늘이 선보이는 노을이 상당히 멋지다. 당분간 강북으로 건너올 일이 없는데, 언제 다시 이런 풍경을 맞이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처음 살았던 집. 대학 친구들과 맥주 한 캔 따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던 한강변 등등... 너무 많은 추억이 쌓여서인지, 당분간 올 일이 없다고 생각하니, 나고 자란 고향을 떠나는 기분이다. 오래도록 쉬면서, 이 풍경을 눈에 담아넣는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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